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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자신과 마을을 향한 존중에, 그녀는 저 멀리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는 너른 밭을 바라보며 지금까지의 이야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아주, 아주 짧게 답했다. "저 밭에 묻힌 이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바람이 불었다. 밤바람이 불어 옥수수 밭을 흔들었고, 그 흔듦이 빛없는 하늘 아래 짙고 짙은 녹색의 일렁임,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갈 죽은이들의 손짓의 파도를 일으키고 지나갔다. 그 파도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파도가 지나간 뒤에는 그녀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먹을 입이 적어져 생산성 대 식량비가 개선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할 사람이 없어지니 더 떨어지죠." 그녀의 담배가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고 먼지로 돌아갔다. 나는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고, 그녀는 불빛을 보곤 한 까치 담배를 더 피웠다. 담배가 이어지듯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리고 30년전 처음으로 생산성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지금 촌장이 부임한지 2년차의 일입니다. 그 다음 해에는 105%, 그 다음해에는 110%, 그 다음 다음해에는 130%. 이제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먹이고도 남습니다. 남으니 당신같은 사람들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안쪽, 연회장에서는 촌장의 연설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잠시 동안 박수갈채가 더 크게 들렸다. 영혼이 없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는 그 어떤 존중도 없었다. 그저, 기계적인... "그래서 당신같은 사람들이 싫습니다." 그녀는 그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나 역시 저 소리의 가운데에 있던 사람이었기에 그 말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흔한 이야기군요." 흔한 이야기다. 잠시 푸른 달 사이에 연한 주름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아쳤다. "그래서 당신들이 싫다는 겁니다." 그것은 그녀가 자신과 마을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저항이었다. 그 저항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느 방향에서 손바닥이 날아올지 모를 일. 나는 그녀의 저항을 존중하기 위한 질문을 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놀랍군요. 그럼 이런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생산성을 그토록 높일 수 있었습니까?"
그저, 저 박수가 빨리 잦아들기를. 그래서 이 어색함에서 도망갈 수 있기를.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후식 과일을 챙길 수 있기를 바라며 말없이, 저 멀리 보라빛 하늘 아래로 다시금 남실거리는 옥수수의 파도를 바라볼 뿐이었다.
무덤덤하게 나오는 그녀의 말에는 연기보다 짙은 무언가가 끼어 있었다. "숫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증명입니다. 불과 100년전, 이 마을의 생산성은 인구대비 50%도 안됐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대답이야 할 수 있었지만 하면 안될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젓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10명의 입이 있으면 5명은 굶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굶은 5명은 나머지 5명보다 일찍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일찍 죽는건 노인, 아이, 병자들입니다."
먹일 수 있습니다. 아무 대가 없이요." 마지막 말에서 그녀의 눈이 담배의 끝과 함께 나에게 향했다. 그녀의 얼굴로 만들어진 밤하늘 위로는 붉은 구름이 흘렀고, 그 구름 밑으로는 푸른 달 두개가 빛났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은 있었으나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럼 궁금하네요..." 자신의 말에 불을 다시 붙일, "어쩌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험악한 곳에서 그토록 고생한겁니까?" 나의 질문을. 담배연기가 둘 사이에 묘한 경계를 만들었다. 연회장에서는 박수가 쏟아지는게 촌장의 연설이 막바지로 향하는 것 같았다.
저 멀리서 들리는 그 소리보다 크게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것들이 죄가 된다면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만큼 많은 나라가 있었고, 그 많은 나라만큼 희한하고 이상한 법들도 많았다. 아무리 이상하다고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서는 절대적인 상식이 되는 정상의 틀. 그녀가 말한 죄는 그러한 틀에서 빚어진 것들이었다. 정상이란 것이 그렇다. 정상은 정상이 아닌 자들에게 죄를 지우고 그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발언권을 주기 전까지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촌장의 연설을 듣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닌 듯 했다. 그래서 경청했다. 담배를 조금 더 깊게 들이마시면서. 그녀도 담배를 한번 더 깊게 들이마신 뒤 안에 담아둔 말을 더 뱉어냈다. "그러다가 50년전, 처음으로 생산성이 인구대비 60%로 향상되었습니다. 그 뒤로 61%, 70%, 태풍이 와서 다시 55%, 그 뒤로 40%,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한 뒤에는 35% 아시겠습니까? 악순환입니다. 사람이 적어지면
잠시 어색한 침묵이 있었고, 나는 내 담배의 끝을 그녀의 담배 끝으로 가져가 불을 옮겼다. 그렇게 다시한번 담배는 자신의 끝을 숨결에 맞춰 불태웠고, 공중으로 회색빛 연기를 조금 더 짙게 올려보냈다. "난 당신같은 사람들이 싫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당신같은 여행자, 개척자, 여행자들이 싫습니다. 우리 마을을 지나가는게 싫습니다. 연회장에 모여 식사를 할 때 촌장이 말하는 일장연설에 하품하는 것도 싫고, 숙소로 돌아가며 우리마을을 촌구석이라 하는 것도 싫습니다."